Vanary
일본 - 시모가모 신사. 세계문화유적이 알고보니 집 근처에?! 본문
-이 포스팅에 올라온 사진들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알고보니 집 근처에 세계문화유적이!!
일본 - 시모가모 신사
이번 포스팅에서 다룰 곳은
카모미오야 신사, 혹은 시모가모 신사라고 불리우는 곳입니다.
기숙사에서 자전거로 10분 달리면 닿는 곳인데, 일본에서 산 지 10개월만에 들러보게 되었으니 얄궃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이곳을 발견하게 된 건, 자전거를 타고 길을 지나던 중 우연히 다니지 않던 샛길로 들어가던 날이었습니다.
작은 2차선 도로 오른편에 단풍이 드리운 멋드러진 공원과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이 보여서 살짝 놀랐었습니다.
정확히 그 길로 다니지 않았을 뿐, 담 넘어 옆 길로는 매 주 서너번씩 오고가는 길이었거든요.
입구에 자리한 알림돌에 또 한 번 놀랐었어요.
세계문화유산이라니!
당장은 약속이 잡혀 둘러볼 엄두는 내지 못하고, 나중을 기약하며 첫 만남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2010년 12월 19일.
아라시야마의 야간 조명 설치 마지막 날을 맞이해 일요일 하루는 온전히 관광에 투자하기로 마음먹고 시모가모 신사에도 발걸음을 옮길 결심을 했어요.
한국에서는 눈이 수 차례 지나간 후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교토는 이 글을 쓰는 아직까지도 늦가을 날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모가모 신사에 방문한 이 날도 그랬어요.
군데군데 햇볕을 늦게 받은 곳에는 아직도 예쁜 단풍잎들이 남아서 방문객들의 눈과 렌즈를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캐논의 번들렌즈로 조리개를 조여서 촬영했는데 후보정 후 화질에 늦은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커다란 사진에서 일부 잘라내 편집했는 데도 잎사귀를 잘 포착해줘서 고마운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시모가모 신사 주변에 있는 숲은 ‘타다스의 숲’이라고 불리며 공원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시모가모 신사가 ‘결연’의 신사이기도 해서 커플들이 곳곳에서 손잡고 거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구요.
신사로 곧바로 걸어들어가기 전에 먼저 숲을 산책하기로 마음먹고 빙 둘러 걷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개울이 흐르는 가운데 곳곳에 기원전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종교적 행사 유적들이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멋드러진 나무 아래에는 차를 파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단풍잎 차’라고 적혀 있었는데, 단풍잎은 눈으로만 마시는지 실제로 띄워 마시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네요.
속으로는 눈으로만 마신다에 50엔쯤 받아줄 상대 없는 내기를 걸며 발걸음을 옮겨, 드디어 신사 경내에 들어갔습니다.
짧은 시간 일본의 문화유적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지금도 사용되는 건물’이기 때문인건지 말끔하게 새것처럼 수선되어 현역으로 뛰는 건물들이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유적’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옛 것’의 느낌을 품고 있다가는 예상과 다른 풍경에 조금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도 멀끔한 건물들 얼굴에, 혀가 미끈거리는 느낌을 억누르며 간단히 이곳저곳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식 촬영을 하는 사람들 왼편에 신사의 정문이 보입니다. 이 포스팅 머리맡에 있는 사진에서 보이는 그곳이에요.
그 외엔 별다른 곳이 없어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귀여운 꼬마아이가 자기 간지에 맞는 곳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오른편 본당은 공사중 팻말-그리고 유료입장-에 가로막혀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 거대한 규모의 신사는 아니라 건물을 돌아보는 데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아, 볕이 강해 서두르는 바람에 사진은 놓쳤지만, 작은 호수 앞의 자그마한 ‘손씻는 신사’ 의 느낌이 괜찮았습니다.
신사를 나와 마저 타다스의 숲을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햇살이 강한 가운데 가족단위로 산책 겸 가벼운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훤칠한 나무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차분한 기분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원을 벗어나며 본 커다란 나무에게서 그런 느낌을 크게 받았던 것 같아요.
오오 거대한 나무 오오
나서는 길에 작은 신사를 거쳤습니다.
한적한 터에 나무들과 함께 있으니 주위를 감싼 묘한 느낌을 담고 싶어지더라구요.
두 시간 가량에 걸쳐 신사를 둘러보고 편안해진 마음으로 자전거를 놓아둔 곳으로 돌아나왔습니다.
방금 돌아본 카모미오야 신사의 모습. 지도 아래쪽 입구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크게 한 바퀴 돌아 나왔습니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문화유산이 곳곳에 있는 교토,
1년 살며 꾸준히 돌아다녀야 간신히 그 맛을 얼추 몸에 배이게 할 수 있는 도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하철에도 가까운 곳이니, 교토에 관광오신 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러 한 번 돌아보시기에 좋은 곳인 것 같습니다.
사계절 그때그때 한창일 때 방문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일본, 교토, 카모미오야 신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