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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맞이 교토 탐방 #1 _ 니조성 본문
방학맞이 교토 탐방 #1 니조성
■ 니조성
■ 8월 24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학 중 문화 관광지 무료 입장권 제공 행사가 있어서 진즉에 받아두었었는데, '방학 중 무료 입장'이니 9월까지만 쓰면 되겠거니 생각하다가 문득 일정을 짜볼까 해서 행사 팜플렛을 읽어봤어요.
우와! 7,8월 안에 사용하면 된다고 쓰여있는 걸 발견했지 뭐예요? 고맙다 게으름아, 덕분에 또 이렇게 삶에 시트콤의 한 장면이 그려지는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부랴부랴 하루에 볼 수 있는 곳들을 묶어서 그 다음날부터 다녀오기로 마음먹어서 이렇게 포스팅까지 하게 되었네요.
■ 8월 26일
에어컨을 새벽에 꺼지게 설정해 둔 덕분에 4시 즈음해 소풍 당일의 초등학생처럼 벌떡 일어날 수 있었어요. 물론 좀 땀이 흐르고 이불에서 몸을 뗄 때 이상한 탄력을 느끼기는 했지만요.
24일에 계획을 세웠는데 왜 일정이 26일로 건너뛰었나구요?
마음먹었다고 바로 다음날부터 움직일 수 있으면 게으름뱅이가 아니잖아요.
아침 9시에 문을 여는 니조성 시간에 맞춰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숙소를 나섰어요. 벌써부터 뙤약볕이 쨍쨍해서 오늘 하루 흘릴 땀의 양이 어림잡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2리터들이 페트병 차를 사서 챙겨갔어야 하는거였는데.
자전거로 느긋이 시내로 향해 개표시간보다 약간 이른 시간에 니조성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와! 운하다!
는 아니에요. 성을 방어하기 위해 파놓은 호인데, 더운 날 물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어쩐지 이 구도에서 찍는게 그림이 나오겠다 싶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안내 팜플렛을 보니 여기서 찍은 사진이 표지로 쓰여 있더군요.
다녀온 경험과 관련있는 건 아니지만, 포스팅하기 위해 사진을 볼 때 위의 컷이 온통 파랗게 나와 있었어요. 군대가기 전에 잃어버린 자외선필터 생각이 아련히 떠올랐다간 잃어버린 카메라 생각으로 옮겨가고 그랬었네요. 하지만 포토샵이 있어 저는 외롭지 않아요?
니조성 입구에요. 그렇게 거대한 입구는 아니지만 나름의 느낌이 있었어요.
앞선 사진에서 고개만 돌리면 바로 이 모습을 보실 수 있어요.
시침이 갓 9시를 스친 시점인데 볕이 정말 뜨거웠어요. 선글라스를 챙겨오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음료수를 사서 입장했어요.
표를 살 필요 없이 학생증을 보여드리고 입장하며 오랫만에 자신이 유학생임을 느낄 수 있었네요. 공부할 때 좀 느낄 것이지.
입장하고서는 지도를 보고 대강 한바퀴를 돌 동선을 정했어요. 입구에서 처음 마주치는 예전의 경비실인 '반소'에서 시작해 크게 좌측으로 돌아 정원을 보고 두 내성을 훑어보고 입구로 돌아오기로 했어요.
아래에 지도를 보고 '이 사진은 어디쯤이겠구나' 상상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컴퓨터가 멀쩡했더라면 포토샵으로 경로 다 그리고 사진 번호까지 맞춰서 적어올렸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다 요즘의 저는 게으름의 정점을 찍는 시점이니까요.
이게 무슨 소리냐고 생각하시면 36도를 전후하는 교토의 낮 최고기온이 불쌍한 한 영혼의 정신줄을 자유롭게 해 훨훨 높은 하늘을 날게 하고 있구나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사진의 우편(동쪽)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돌아 니노마루(二の丸御殿)쪽으로 들어가 정원을 살펴보고 중앙로에서 남하,
벽을 따라 크게 돌아 혼마루(本丸御殿)를 통과해 다시 중앙로로 나온 뒤 북상
청류원을 들러본후 니노마루(二の丸御殿)을 살펴보고 마무리-
■ 니노마루
본격적으로 둘러볼까요? 입장 후 조금 이동해 니노마루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어요.
중심선 잡아서 멋진 대칭형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화각이 안나와서 쩔쩔맸네요. 앞으로의 사진들도 그렇겠지만, 활활 타는 햇빛과 덜 닦인 렌즈 덕분에 선명함은 하늘에 보이는 구름만큼이나 말랑말랑해요.
이 문을 들어서면....
-우클릭하셔서 '새창에서 보기'를 하시거나, 받아서 보시면 와방 커져요!-
니노마루 내부의 모습입니다. 합성해서 만든 파노라마라 왜곡이 좀 보이네요.
아직 니노마루 건물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움직이기로 했어요. 생각해보면 이 사진을 담을 때에는 아직 개장을 하지 않앗던 것도 같아요.
자, 그러면 이제 니노마루 정원에 돌입!
했는데 한여름이라 그런지 물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 사진으로 남길 곳이 없었어요.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 오면 참 예쁠 것 같은데, 왜 저는 여름에야 이곳을 보러 온 걸까요?
니조성 건물들을 찬찬히 뜯어보다 느낀 건데, 제가 아직 우리나라 궁들을 차분히 살펴본 적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이렇게 다르다'하고 깊은 감상을 할 기회가 없어서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었어요.
왼편 사진을 보실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죠?
■ 내성 외곽, 벛꽃 정원
휙하니 니노마루 남쪽을 둘러보고는 정원쪽으로 나왔어요. 확실히 나무들이 모여있으니 한결 더위가덜하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구요.
우편에 중앙로, 왼편에 보이는게 혼마루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 보다 물의 양이 더 많이 느껴졌어요. 여기서 왼편으로 90도 돌아 입구로 들어서면 벛꽃 정원(桜の園)이 보입니다. 2
그곳의 모습은.... 터져나오는 오글거림과 함께 영상으로 남겼어요.
■ 혼마루 입구
한적한 정원을 지나 작은 휴게소를 지나니 혼마루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어요. 앞서 올렸던 사진 처럼 합성해 만든 파노라마니 받아서 한바퀴 둘러봐 주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인위적 파노라마라 이상한 구석이 있어요. 그러니 절대로 가운데에 있는 아주머니는 흐릿하게 찍힌 귀신이나 뭐 그런건 아니에요.
사진에서 보시며 아마 저랑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으셨나 싶어요. 20대 청춘이 보기엔 흥미있는 장면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냉큼 혼마루로 들어섰어요.
아...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여기도 볼 게 없다니.
얕잡아본 건 아니에요, 건물 외부만 볼 수 있다는 공지를 보고 맥이 빠졌었던 기억이 나네요.
1626년 문화재들을 니조성에 모아올 때 증축되었다고 해요. 성내에 5층높이 탑이 있었는데 1750년 벼락으로 소실되었고, 1788년에는 큰 화재가 나서 궁전은 터만 남았다고 해요.
그러면 지금 있는 건물은?! 하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게 인지상정이겠죠. 본래 교토 궁궐에 있던 구 재궁 궁전을 1893~4년에 걸쳐 옮겨와 지은 건물이라고 해요.
내부는 시기를 정해 공개하곤 한다고 하네요. 아쉽게도 혼마루는 건물 주위만 한바퀴 돌아보고는 내성을 나서야 했어요.
■ 혼마루 외부, 청류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혼마루를 나섰어요. 다시 중앙로로 돌아오고 나니 니조성에 와서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꽤나 땀을 흘리게 되더라구요. 잠시 그늘에서 쉬는 겸 혼마루 동편 입구를 정면으로 찍고 북쪽으로 향했어요.
아쉬움이 남았는지 뒤돌아서 또 한 컷. 어디서 본 것 같은 구도와 피사체인건 기분탓이겠죠.
네, 이렇게 니조성 구경을 마치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했습니다.
■ 청류원은요?!
아... 네, 들켰네요.
이번 니조성 방문 패망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물마른 청류원이었던 것 같아요.
물마른 일본식 정원은 팥소 없는 붕어빵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다 초입부터 온통 샛길들에 출입금지 표식이 달려 있어서 다양한 각도에서 정원을 볼 기회조차 없었어요. 구석구석 공사가 진행중인 시설도 있었구요.
사실 이후에 돌아오면서 니노마루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도 했구요.
한바퀴 잘 보고 와서 텁텁한 마무리에 낙심하던 제가 그나마 구원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내부 모습은 보호차원과 아마도 저작권의 영향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자료를 남길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확실히 볼만했던 것 같아요. 일본 대하드라마나 관련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대강의 모습은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 정리하자면-
1.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 방문하시길 추천해요.
1-1 폐관시간이 오후 5시다 보니 더위를 피해 저녁에 방문하는 것도 어려워요.
2. 특히 팜플렛을 보니 3월 하순~4월 중순에 라이트업 행사가 있다고 하네요. 벛꽃과 어우러져 아찔한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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