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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맞이 교토 탐방 #2 교토시 만화 박물관 본문

Personal Log/Japan, Kyoto

방학맞이 교토 탐방 #2 교토시 만화 박물관

Vanary 2010. 9. 2. 00:58

방학맞이 교토 탐방 #2, 교토시 만화 박물관

일본에서 대학이 많기로 유명한 교토.
더불어 문화재와 유적도 많기 때문인지 박물관의 수도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독특한 박물관들도 왕왕 있구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최근에 제가 다녀온 만화 박물관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 만화 박물관(특별전)



 지난번 나들이 포스팅 첫 주자였던 니조성 옆 블럭에 위치한 교토시 만화 박물관(京都国際マンガミュージアム)입니다. 처음 이곳에 가봐야겠다 생각한 계기가 위의 사진 속 플랭카드에 쓰여있는 특별전, '피규어의 계보 : 흙인형부터 카이요도[각주:1]까지'의 팜플렛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무려 1:1 크기 아야나미 레이 피규어를 전시한다기에 그 위엄(?)이 궁금해졌었죠.


왼편의 지도(그림을 클릭하시면 보기좋게 커집니다)에서 보실 수 있듯, 교토 시내 번화가 시조카라스마(四条烏丸)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고 대로변이라 찾기도 쉬운 편입니다.

 입장료는 박물관 내부 입장료 500엔 + 특별전 관람료 500엔 합해 1000엔입니다. 저는 유학생 패스를 이용해 입장료를 할인받아서 점심값을 벌 수 있었습니다.

 
 
 
 특별전이 목적이었기에 곧바로 해당 전시장으로 갔습니다. 소규모 전시실 두 칸이 ㄱ자 형태로 이어진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첫 인상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유물로 출토된 흙인형에서 시작해 주술을 위한 나무 인형, 설화에 나오는 요괴 모양을 한 일본 전통 인형으로 이어지면서 주술적인 옛 인형들과, 1900년대에 들어서며 점차 인형 안에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괴수들이 등장하는 흐름이 흥미로웠습니다. 
 1930년대, 인형이 대량생산되면서 여자아이들의 놀이상대로서의 '인형'과 수집 대상인 '피규어' 두 가지로 나누어 제품의 변화를 설명하는 대목이 재미있었습니다. 
 
 1940년대, 일제 강점과 2차대전, 이후 한국전쟁으로 우리나라가 험난한 역사를 보내고 있을 동안 꾸준히 발전해온 일본의 인형 산업을 보면서 미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잊지 않겠다, 일제 우유먹는 미미 인형!) 하지만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쌓인 피규어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나름의 시장과 파생산업을 만들어 일본의 문화산업력에 도움이 되었을 테니까요. 국내에도 팬층이 있는 괴수 고지라나 마징가Z 등의 거대 피규어가 2차대전 시대부터 나오고 있었다는게, 제 머릿속 시간축이 어지럽히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캐릭터에 대해 '6,70년대 문화'정도로 생각하는 것과 비교하면 20년 차이니까요.

 피규어 산업의 흐름을 본 작은 전시관 옆의 다른 전시관에서 '현재의 피규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본 건 1:1 켄시로(북두의 권) 피규어였습니다. 쥐고 있는 주먹을 비교해 봤는데 저보다 크더군요.
 1층 카운터에서 저작권 관련해서 주의를 듣고 난 뒤라서 주저하다가, 주변 CCTV 시야각을 확인해 몰래 찍어보려고 했는데, 입구 바로 옆이라 도저히 틈이 나질 않아 아쉽게도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 외의 상품용 작품들과 전시용 작가들의 시제품들을 보면서 덕심을 한가득 충전하다 코너를 도니 울드, 스쿨드, 베르단디; 여신님 3인방의 1:1 피규어가 나란히 앉아있어서 3초정도 정신줄을 놓을 뻔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본 켄시로 피규어에 비해 얼굴 조형이 너무 별로라 크기에만 놀라고 말았습니다.

 1:1 레이 피규어가 보이지 않기에 '켄시로 피규어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던건가' 하고 아쉬워하고 있을 때, 골목을 돌아 보이는 전시장 출구 부근에서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CCTV 시야도 바깥이라 대범하게 옆에 나란히 서서 찍어볼까도 하다가, 다른 관람객이 벽 너머에서 차츰 관람순서를 따라 움직이는게 느껴져서 간단히 피규어만 프레임에 담았습니다.
(우측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이왕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할거면 머리를 좀 작게 하면 어땠을까 아쉬웠습니다. '역시 피규어는 자그마한 인형으로 있을 때가 가장 보기 좋구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 만화 박물관(일반 전시)

 피규어들에게 안녕을 고하고 나오면서, 찬찬히 박물관의 일반 전시품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만화' 박물관이기 때문인지, 박물관 곳곳의 벽은 전부 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곳에 만화책들이 가득히 꽃혀 있었습니다. 책장 옆의 안내문을 보니, '예전 교토 최대의 만화책 판매점이 폐장하면서 기증한 것'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권 이빨이 빠진 시리즈도 있고, 일정 시기 이후의 신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양이 어마어마하기에 완결본 시리즈만 찾아서 읽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움직이는 길에 거대한 동물 캐릭터가 걸려 있길래
'포켓몬인가?'-파란 바탕에 빨간 볏이 인셉션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각주:2]-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보니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더군요. 어쩐지 아이가 캐릭터 앞에서 사진찍는걸 부끄러워 하더라니..

 
이후로는 글로 적기보다 이미지로 보여드리는게 설명이 빠르고 정확할 것 같습니다. 
 '만화의 벽'이라 부르는, 서고에 입장하는 부분부터 시작합니다.
(아래의 사진들 모두, 클릭하면 커집니다)






연도별·시리즈별로 만화책이 한가득 정리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구석에 우라사와 나오키의 명작, '몬스터'도 눈에 띄네요.
 가기 전에 정보를 접하지 않은 탓에, 다음 일정때문에 서둘러 나와야 했던게 아직까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언제 하루 날잡아 꼬박 만화책만 읽으러 가봐야겠어요. 구석구석 보면 원피스, 닥터 고토의 진료소, 블랙잭(!), 엠마 등등등등. 재미있는 책들이 가지런히 꽃혀 있습니다. 
 헌터x헌터는 아마 연재분이 박물관이랑 지금까지 잡지에 나온 분량이랑 별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우스운 생각이 떠올라서 속으로 조금 웃었구요.



 '만화'라는 매체에 대한 역사, 제작 과정, 재미있는 점들을 각각 작은 부스에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유년기부터 성인까지, 개인이 접하는 만화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부스가 있었는데요, 유아만화에서 소년만화로, 소년만화에서 청년만화+그라비아로, 이후 성인을 위한 직장만화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순수했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절대로 표지에 있던 그라비아 사진때문에 찬찬히 본 건 아닙니다. 절대로!




 

 단행본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예전에 발행된 주간 만화 잡지들도 만화의 벽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비록 높은 벽에 위치해 만져볼 수는 없었지만요. 
 

 곰탕처럼 우려먹는다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사골게리온이라고 부르지만, 36년간 한결같은 맛으로 우려온 원조집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72년 단행본부터 2008년 애장판으로의 역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만화 관련 파생상품도 구석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있는 하츠네 미쿠와 케이온 관련 상품들이 눈에 띄네요.
 좀 위험한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기분탓이겠죠?


















 


 얼굴 부분부분을 모아놓은 필름을 조합해 캐릭터의 얼굴을 만드는 부스도 있었습니다.
 앞서 다녀간 관광객이 해놓은 얼굴들 중에, 이상하게 저 쿨한 얼굴의 캐릭터가 보기좋아서 담아왔습니다. 오른쪽으로 눈동자를 낮춘데서 쿨뷰티가 아닌 쿨데레[각주:3]가 보였....



더 시간을 들여 비치된 만화책들도 읽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스스로 정한 일정이 있어서 다음 기회로 하기로 하고 만화 박물관람을 마쳤습니다.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으니 이번에는 만화박물관까지만 다루고, 2편에서 만화경 박물관을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네요.상대적으로 사진이 거의 없어 거의 글이 주가 되는 포스팅이 될 것 같네요.


 

■ 감상, 평가

 1. 500엔만 내고 종일 만화책을 읽으러 오는게 괜찮을 것 같습니다. 특별전은 500엔 내고 보기엔 좀 아까웠어요.

 2. 관광하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라면, 시간투자 대비 효율이 좋지 않으니 좋은 방문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비치된 만화도 유명한 소년만화만 있는게 아닌지라 표지만 훑어가며 단순 눈요기 하기에도 좋지 않구요.

 3. 하지만 간단한 샌드위치나 스파게티, 생맥주 등을 판매하니, 시내에 위치한 '만화카페'로 보고 접근하신다면 의외로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1. 일본 유명 피규어 제작회사 [본문으로]
  2. 참조: 무규칙 이종블로그(http://docean.egloos.com/4333591) [본문으로]
  3. 사실 알아서 좋을 건 없는 부분이지만, '츤데레'등의 인터넷 용어와도 관련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링크로.
    쿨뷰티
    쿨데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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