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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 1박 2일 여행. -(3)- 비오는 월요일의 콘피라 신사와 1368 계단 본문

Personal Log/Japan, Kyoto

시코쿠 1박 2일 여행. -(3)- 비오는 월요일의 콘피라 신사와 1368 계단

Vanary 2010. 11. 25. 20:42

'시코쿠 지방'의 유명한 신사를 찾아 검색해보면 많은 사진들이 나오는 그 곳.
1368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볼 수 있으며 지방 특유의 문화와 상품이 많은 곳.
콘피라 신사.

숙소에 들어가면서는 잘 몰랐는데,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신사로 향하는 입구가 나오는 위치였다.

여행이 실시된 그 한 주일 사이에 흐리고 비가 내리는 단 하루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여행 이틀째, 이 사진이 찍힌 그 날이었다..
덕분에 안그래도 전투형으로 굴리고 부딪히며 사용하던 불쌍한 사진기가 습기와도 뒹굴어야 했다.




올라가면서는 일행들 속도에 맞추랴, 집합 시간 지키랴 주위를 거의 둘러보지도 못하고 계단만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1368계단이라고 해서 감이 잘 잡히지 않았는데, 막상 걸어본 느낌상으로는 동네 뒷 산 정상 정도. 그리 힘든 구간은 아니었다.





올라가면서 본 거북이 상.
앞선 손님이 눈을 만들어주었던 모양이다.
양쪽에 놓인 13.6원 동전.


계속해서 올라가다 보니, 산은 산인지라 정해진 길 말고도 다른 길들이 자꾸 눈에 띄여서 무시하고 넘기기엔 아쉬웠다.
첫 날의 히메지 성에서 가이드를 쫓아가느라 외려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기억이 나면서 고민을 하게 됐다.
언제 또 올 지 모르는 여행지에 와서 스케쥴만 쫓아가는 건 역시나, 재미없었다. 그래서 관리자님께 점심 일정을 홀로 빠지고 단독행동을 하겠노라고 말씀드렸다.




일행들과 함께 부슬비가 내리는 길을 걸어 찬찬히 내려왔다. 산을 빠져나가는 길 앞에서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카메라를 정비한 뒤 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건물 틈바구니. 조금 흐릿한 필터를 적용시키기는 했지만, 안개가 어린 비오는 날이었던 탓에 더 아련하게 보인다.



봉헌된 배와 각종 기계제품들의 사진(혹은 그림)으로 빼곡했던 건물.
태양광 발전판이 붙어있는 저건 맥주캔으로 재활용되어 세계일주를 한 보트라고 한다.
'교통안전, 혹은 항해안전'에 영험하기로 유명한지 유조선에서 어선까지, 심지어는 우주비행사의 봉헌 기록도 남아 있었다.

오른 편에 보이는 소원판을 보며,
외국에 나간 한국인이라면 으레 하는 '웃기는 한글 소원판 찾기'에 돌입했다.


별다른 소득이 없던 첫 번째 묶음을 보고 두 번째 묶음으로 발걸음을 옮겨 잠시 둘러보니 친숙한 문자가 보였다.
서둘러 가서 봤는데, 어....?



어휴........
소덕은 세계적으로 답이 없다. 'ㅅ'=3

그런데 대체 이걸 쓴 사람은 일본에 가서 소녀시대-정확히 말하자면 탱구-에 대한 팬심을 한글로 적어 남긴 걸까? 한일 모두 타국일텐데 -_-;;



비오는 신사.
비가 오는 와중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 저곳을 거닐고 있었다.




중간에 건물 사이를 오고가는 복도가 기반을 다져올리지 않고 기둥만으로 지탱되는 구조라 신기했다. 
살짝 비가 내리며 안개가 어려서 분위기를 차분히 잡아주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본 큰 건물.
이곳 저곳 보게 되면서 느끼게 된 점.
여행을 다니며 시야가 넓혀지는 것도 있지만, 먼저 배워야 여행에서 얻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

커다란 건물을 보며 느낄 수 있는 게 '와~ 크다!' 정도인 건 너무 아쉽다.




내려오는 길. 1368계단은 오르는 데도 내려가는 데도 그다지 큰 어려움이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위의 사진, 다시 보니 전부 사람들이 쌍쌍이다 ㅋㅋㅋㅋ




내려오며 마주친 단풍나무. 적-주-녹의 3색이 어우러진 나무들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말 제대로 담아보고 싶은 주제다.




계단을 내려와 당초 계획대로 '옆길로 새기 시작'했다.
비는 점차 강해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기분은 점점 상쾌해졌다.
비맞는 걸 좋아하는 거 보면 나도 좀 광끼가 있나보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없다.
다녀왔는 걸. ㅋㅋㅋ 

'우동 만들어보기'를 포기하고 위에 걸린 사진 속에서 걸어보는 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아, 군데군데 흐릿하게 보이는 건 안개 탓도 있지만,
렌즈 필터에 빗방울이 떨어져서 그렇게 나온거다. ㅋㅋㅋㅋ 소프트필터 대신에 입김을 불어 촬영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생 빗방울을 맞춰가며 촬영한건 난생 처음이다.



어머나 세상에, 제가 지금 보고 있는게 보케 맞나요?
이번 여행에서 새로이 배운 한 가지,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한 가지는
'번들 렌즈의 재발견'이었던 것 같다.
이번 1박 2일 여행 내내 번들만 물려서 사진을 찍었는데 상상도 못했던 사진들을 남겨 주었다.

역시 사진은 사람이 찍는 건가 보다.




아이폰도 꽤나 좋은 사진을 선물해줬다.
'쨍한 사진'이 항상 좋지는 않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걸었다. 



홀로 움직이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 한 장의 사진.
이렇게 잘 익은 단풍은 일행 중 나만 봤을 거다.
산 속에서 홀로 걷다 이 나무를 마주쳤을 때!



비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는 훈훈한 결말.




이런 날씨라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날이 맑고 푹푹 쪘다면 걸어다니기도 싫었을테니.




콘피라 신사.
단풍도 좋지만 벛꽃으로도 유명하다는 모양이다.
온천이 위치해 있고 덕분에 물이 좋은지 좋은 우동도 나오는 모양.

여행 다운 여행을 한 하루였다고 생각한다.

200엔에 산 귤 한 봉지가 너무나 맛있었다.



아래엔 이번 여행에서 찍은 영상들이다.
720p 고화질로 담은 거니까, 이왕 보는 거 고화질로 한 번 봐 주셔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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